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부산을 방문해 “에이치엠엠(HMM·옛 현대상선)을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이 지역에서도 ‘압도적 정권교체’라는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역 발전 공약을 내세워 표심을 붙들려는 취지다. 하지만 에이치엠엠이 민간 기업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다,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부산 서면 유세에서 “산업은행(산은) 부산 이전을 하면 좋겠지만 세상 일이 한쪽이 원한다고 일방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쉬우면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말만 해놓고 뭘 했느냐”며 산은 이전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산은 이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지만, 산은법 개정 문제와 노사 갈등으로 3년 내내 진척이 없었다.
그 대신 이 후보는 “부산 경제가 어렵고 인구도 줄고 젊은이들이 빠져나가 힘드니,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게 아니냐”며 부산·울산·경남 맞춤형 공약으로 앞서 발표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해사전문법원 신설 △북극항로 개척 지원 등을 약속했다. 이에 더해 국내 최대 해운사인 에이치엠엠 본사의 부산 이전 공약을 추가로 꺼내 들었다. 그는 “에이치엠엠(HMM)은 정부 출자 지원이 있기 때문에 마음먹으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며 “그 회사 직원들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이 회사 봉진완 에이치엠엠 노조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하지만 민간기업인 에이치엠엠 부산 이전 추진은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이 회사의 최대주주와 2대 주주는 공적 기관인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로, 합산 지분율은 약 70%다. 과거 에이치엠엠의 재무 부실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공자금이 투입된 결과다. 즉, 이들 기관이 가진 지분은 언젠가는 매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에이치엠엠 대표이사를 전문경영인(최원형)이 맡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에 따른 지위로도 이 회사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아니다. 본사 이전은 이 회사의 경영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하는데, 정부가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추진할 경우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매표”라고 주장했다.
직원 반발도 예상된다. 전체 임직원이 1800명가량인 이 회사 사업은 육상 물류와 해상 물류로 나뉜다. 크게 볼 때 이들은 절반씩 나뉘어 각각 서울 본사와 부산 사업본부에 근무한다. 이날 이 후보가 공약을 발표할 때 동석한 이도 해상 부문 소속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상 물류 쪽은 부산에 터를 잡은 직원이 많지만, 육상 물류 쪽은 인천공항이 가까운 서울에 본사가 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제2의 도시인 부산의 (재도약을 이끌) 산업군은 해운업”이라며 “육상 물류나 지원 부서 반발은 어쩔 수 없다. 이견이 있는 건 당연하니,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해 합의를 도출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부·울·경은 영남에서도 대구·경북과 다르게 여건만 갖춰지면 이길 수도 있는 지역”이라며 “이 지역에서 이기면 전국적으로는 압승으로 이어지고 내란 세력을 영남에서도 심판했다는 의미가 된다”고 말했다.
부산시민들은 이 후보의 에이치엠엠 이전 공약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은 이전이 빠진 것을 아쉬워했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부산을 싱가포르처럼 세금 면제 등의 자유무역지대로 만드는 내용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된다면 좋겠지만 박근혜 정부 때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부산에 이어 경남 창원과 통영, 거제를 차례로 돌며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고한솔 기자 [email protected] 박지영 기자 [email protected] 부산/김광수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부산/김채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