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시스
최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시스

북극항로를 향한 팬스타 아크로호의 지난 22일 부산신항 출항은 부산이 단순 환적항을 넘어 종합 해양산업 거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북극항로가 상용화되면 부산항의 물동량뿐 아니라 연료 공급과 선박 수리, 금융·보험 등 항만 서비스 산업도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부산항은 지난해 2480만TEU를 처리한 세계 2위 환적항만이다. 그러나 전체 물동량의 95% 이상이 컨테이너에 집중돼 있고 유럽 비중은 5.6%에 그친다. 북극항로를 활용하면 유럽 직항 물량을 늘리고 에너지·벌크화물까지 취급하는 종합항만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실제 세계 최초로 북극항로를 운항한 컨테이너선은 덴마크 머스크사의 벤타 머스크호였는데 2018년 8월 28일 부산에서 출항한 바 있다. 세계 최초의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시범 운항 출발지가 부산이었던 것으로 북극항로에서 부산이 차지할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지역경제가 기대하는 효과는 하역료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이 북극항로의 출발·종착지가 되면 친환경 연료 공급과 선용품 판매, 선박 정비, 선원 교대, 검사·인증 수요가 뒤따른다. 항로·기상정보 분석과 해상보험, 선박금융 같은 지식서비스도 시장을 넓힐 수 있다. 선박의 입항을 항만 주변의 반복적인 소비와 투자로 연결하는 구조다.

해양기관 집적도 부산의 강점이다. 현 정부 출범 후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했고 북극항로 추진본부를 출범시킨 데 이어 부산항만공사와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계 대학이 정책·금융·연구·인력 양성을 분담할 수 있게 됐다. 2028년 3월에는 해사국제상사법원이 부산에 문을 연다.

정부는 극지항해 선박 건조에 최대 110억원을 지원하고 항만시설사용료 감면과 선박금융 금리 인하, 담보인정비율 상향을 추진한다. 이 같은 지원이 선사와 해운기업 유치로 이어지면 수도권에 집중된 해운 본사 기능 일부를 부산으로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 에이치라인해운을 시작으로 SK해운, HMM, 흥아해운도 부산으로 이전하기로 해 해운기업 집적화도 진행 중이다. 해수부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과 동남권투자공사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해양 분야 최대 규모이자 최고위급 국제회의인 유엔 해양총회의 2028년 부산 개최는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부산의 위상을 굳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부산을 시작으로 인근으로도 이러한 정부 정책 방향이 확산된다. 정부는 지난 5월 북극항로 활성화와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해양 경제 거점으로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방향’을 발표했으며 이를 정책으로 구체화한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실행계획’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항만 인프라 확충도 추진된다. 먼저 해외에는 부산항만공사가 노르웨이·아이슬란드·캐나다 항만을 잇는 ‘북극 그린 코리도’ 협력과 해외 물류거점 확보에 나섰다. 부산항에는 육상전원공급설비와 친환경 연료 벙커링 터미널을 구축하고 2045년까지 진해신항 모든 부두를 스마트항만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고용 효과도 기존 하역·운송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극지 해기사와 선박 정비 기술자, 항로 데이터 분석가, 금융·보험 전문인력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울산·경남의 조선·기자재 산업과 연계하면 효과를 동남권으로 넓힐 수 있다.

무역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산항을 단순 기항지가 아닌 ‘머무는 항만’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항로가 열린다고 화물과 기업이 저절로 유입되지는 않는다. 안정적인 화물 확보와 수리조선 시설, 연료 공급망, 전문인력 양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부산의 몫은 선박이 북극을 통과하는 데서가 아니라 부산에서 정비하고 거래하도록 만드는 데 달렸다.

김재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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