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2분의 1 확률… 롯데, KBO 유일 ‘좌절의 기록’
수비 실책 등 ‘기본기 부족’ 주원인
170억원 투자 실패뒤 선수층 약화
김태형 감독 3년 동안 7위만 3차례
새 감독, 훈련방식 등 기초 다잡아야
AI 생성 이미지
우승도 아니다. 열 팀 중 다섯 팀이 받는 가을야구 초대장 한 장이 롯데에는 9년째 없다. 롯데는 2017년을 마지막으로 올해까지 포스트시즌에 단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2018년부터 9년 동안 10개 구단 중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팀은 롯데뿐이다. 올해도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KBO리그 10개 팀 중 5개 팀이 가을야구에 나가니, 모든 팀의 전력이 같다고 보면 한 해 탈락할 확률은 절반이다. 매년 모든 팀이 똑같은 조건에서 새로 경쟁한다고 치면 2년 연속 탈락할 확률은 4분의 1, 3년 연속은 8분의 1이다. 9년 연속이면 512분의 1, 백분율로 환산하면 약 0.2%다. 물론 실제 야구는 단순한 확률 게임이 아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상의 계산이다. 하지만 아홉 번의 기회에서 단 한 번도 5위 안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롯데는 그동안 감독을 바꾸고 거액을 들여 선수도 영입했다. 그런데도 가을야구의 문턱은 끝내 넘지 못했다.
◇호재는 넘쳤는데, 성적표는 3년째 제자리= 올해는 변명의 여지가 더 없다. 엘빈 로드리게스, 제레미 비슬리, 박세웅, 나균안, 김진욱 등 선발투수 5명이 모두 규정이닝인 144이닝을 채웠다. 한 구단에서 선발투수 5명이 모두 규정이닝을 넘긴 것은 2015년 10개 구단 체제 출범 이후 처음이다. 또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는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인 211안타를 때렸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한동희도 109경기에서 타율 0.306, 25홈런을 남겼다.
그런데 성적표는 2024년과 2025년에 이어 또 7위였다. 선발진이 한 시즌을 책임졌고, 타선에서는 역사적인 기록까지 나왔다.
물론 선발이 오래 던지는 것과 상대를 압도하는 것은 다르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4.72로 5위였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팀 타율은 0.272로 4위였지만 OPS(출루율+장타율)는 0.732로 8위였다. 팀 홈런은 113개로 최하위, 득점도 679점으로 9위에 그쳤다. 안타는 많이 쳤지만 정작 점수를 뽑는 힘이 부족했다. 레이예스와 한동희의 활약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감독은 바뀌어도 구단의 숙제는 그대로= 3년 전 롯데는 KBO리그에서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태형 감독을 선택하며 반전을 기대했다. 2017년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끈 조원우 감독이 2018년 경질된 이후 양상문, 허문회, 래리 서튼을 거쳐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에게 지휘봉이 넘어갔다. 김 감독 이전 네 사령탑은 모두 계약 기간을 남긴 채 물러났다. 김 감독은 달랐다. 3년 계약을 모두 채웠다. 강한 카리스마와 선수단 장악력을 갖춘 지도자로 평가받았지만 결과는 7위, 7위, 7위였다. 감독 역시 성적과 선수 관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김 감독마저 가을야구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롯데의 문제가 단순히 감독의 리더십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롯데의 가장 큰 문제는 기본기= 감독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기본기’다. 롯데는 해마다 수비 강화를 강조했다. 김 감독 체제에서도 2024년 일본 미야자키에 별도의 수비 강화 캠프를 차렸고, 2025년에도 수비 보완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수비와 주루, 상황 판단 등 기본적인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했다. 실책 숫자가 전부도 아니다. 포구와 송구는 물론 번트와 주루 판단, 중계 플레이와 백업에서도 허술한 장면이 반복됐다. 매년 겨울 수비 강화를 외쳤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익숙한 실수가 되풀이됐다.
선수 관리에서도 ‘기본’을 망각했다. 올해 대만 전지훈련 중 나승엽과 고승민 등 선수 4명이 사행성 오락실에 출입해 30∼5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주전 1루수와 2루수가 동시에 이탈하면서 시즌 구상은 시작부터 흔들렸다. 부상도, 불운도 아니었다. 선수단의 기본적인 규율이 무너진 결과였다.
롯데 선수들이 지난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홈 최종전을 마친 뒤 관중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롯데 제공
◇170억 원 투자 실패, 이후 3년간 외부 FA 영입은 ‘0’= 롯데는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단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물론 지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준우와 김원중, 구승민 등 내부 FA를 붙잡았다. 손호영과 정철원, 전민재 등도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그러나 기존 자원을 내주고 새로운 선수를 얻는 방식만으로 선수층을 두껍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김 감독이 시즌 종료 뒤 선수층 보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모기업의 ‘짠돌이’ 이미지로 모든 문제를 설명할 수도 없다. 롯데는 성민규 전 단장 시절인 2023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거액을 쏟아부었다. 포수 유강남에게 4년 80억 원, 내야수 노진혁에게 4년 50억 원, 투수 한현희에게 3+1년 최대 40억 원을 안겼다. 세 선수의 계약 총액은 옵션을 포함해 최대 17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전력 상승은 없었다. 거액을 들인 영입이 실패하면서 이후 전력 보강에도 부담이 커졌다. 돈을 적게 쓴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쓸 때 제대로 쓰지 못했고, 정작 새로운 전력이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2027년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전면 개편’이 아니다= 롯데는 김 감독과의 재계약 또는 새 사령탑 선임을 놓고 선택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뜯어고칠 상황은 아니다. 올해 분명한 소득도 있었다. 포수 손성빈과 유격수 전민재가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황성빈은 도루왕에 올랐다. 김진욱은 선발투수로 성장했고, 신인 박정민은 불펜의 새로운 핵심 자원으로 떠올랐다. 한동희도 중심타자로 돌아왔다. 이전보다 팀의 뼈대는 뚜렷해졌다. 문제는 그 전력을 승리로 연결하는 능력이다. 수비와 주루, 경기 상황을 읽는 능력부터 선수단의 생활과 훈련 태도까지 기본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감독이 와도 달라질 게 없다. 롯데는 지난 9년 동안 감독을 바꾸고 거액도 투자했지만 결과는 늘 비슷했다. 팬들이 기다리는 것은 새 감독 체제의 우승이 아니다. 롯데에 9년째 없는 것은 우승 트로피가 아니라 가을야구 초대장이다.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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