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격전지’ 하정우·박민식·한동훈 ‘거물 3파전’ 구포·덕천·만덕동 주민들 민심 제각각

지난 18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은 장날을 맞아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다. 사진=이해람 기자
지난 18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은 장날을 맞아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다. 사진=이해람 기자

[파이낸셜뉴스]【부산=이해람 기자】대한민국 정치가 혼란에 빠진 만큼이나 정치인을 뽑아야 하는 지역 주민들 역시 혼란에 빠져 있다. 극한 대립만 지속될 뿐 정치가 유권자들에게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탓이다. 6·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열리는 14개 지역 중 가장 큰 관심이 쏟아지는 곳인 부산 북구갑도 그렇다. 지난 17~19일 파이낸셜뉴스가 만난 구포·덕천·만덕동 주민들 중 다수에게서 “누구를 뽑아야 할 지 모르겠다”,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30여년 전 ‘김영삼’이 적힌 선거운동복을 입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는 한 노인은 “전과자를 뽑으러 투표장에 가고 싶지 않다”며 ‘정치 혐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북구의 다른 한 켠에서는 변화에 대한 강한 기대감도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국민의힘 박민식·무소속 한동훈 등 ‘거물급 빅매치’가 펼쳐지고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는 만큼 ‘차기 대통령’을 배출하고 싶은 욕구가 드러난 것이다. 여권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높이 평가하면서 “더 잘 살기 위한 투표”를 예고했고, 야권 지지자들은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세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든, 북구갑에서의 투표가 북구 발전과 국내 정치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기대가 담긴 셈이다.

하정우 민주당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지난 19일 구포동 인근에서 산악회 회원들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이해람 기자
하정우 민주당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지난 19일 구포동 인근에서 산악회 회원들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이해람 기자

“李대통령 일 잘하지 않나, 하정우도 그럴끼다”

현재로써 부산 북구갑 선거는 진보 후보 1명와 보수 후보 2명이 ‘3파전’을 벌이는 구도에서 하정우 후보가 유리한 판세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여당 소속인 하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으로서 호흡을 맞춘 바 있고 직전 지역 국회의원인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의 ‘후계자’로 평가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호평과 호감을 그대로 물려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덕천동 인근에서 국수집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대통령이 정책 회의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확실히 지적하고 수정하는 것에 대해 좋게 평가한다”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이 정책 추진에 힘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60대 택시기사 정 모씨는 “전재수가 이쪽(북구)에서 일을 잘했다. 주민들을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줬다”며 “(하정우 후보에게도) 그런 기대를 한다”고 했다.

‘젊음’도 그의 무기다. 하 후보는 1977년생으로, 박민식(1965)·한동훈(1973) 후보와 비교했을 때 가장 젊다. 한 구포시장 상인은 “정치 경험이 없고 미숙하다”며 우려를 드러내긴 했지만 다른 거리에서 만난 30대 청년 김씨는 “젊고 신선한, 때 묻지 않은 이미지가 있다”며 “AI에 대해 박식한 만큼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전 후보에 대한 복합적인 평가는 하 후보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70대 택시기사는 박씨는 “공소취소 특검이 말이 되나, 지방선거 끝나고 천천히 하겠다고 하는데 윤석열이 계엄해서 탱크를 천천히 보내겠다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하 후보의 당선이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하 후보를 뽑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정치 신인인 만큼 인지도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하정우라길래 영화배운 줄 알았다”며 멋쩍게 웃었다.

박민식 지지자 “미워도 다시 한 번..배신자는 안돼”

박민식 후보는 구포시장 ‘월남댁’ 아들로 ‘진짜 북구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서운하다”는 감정을 드러낸 주민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북구에서 키워줬지만 지역을 떠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보수 성향이 짙은 박 후보 지지자들은 그럼에도 여당에 대한 불신, 한동훈 후보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해 박 후보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고 전했다.

숙등역 인근에서 만난 한 70대 남성은 “한동훈은 보수의 배신자”라며 “성급하게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민주당 사람 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동혁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이재명이 날뛸 수 없도록 박민식을 찍어서 힘을 몰아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60대 남성 정모씨는 “부산에서는 아직 의리가 중요하다. 배신은 용서 받을 수 없다”며 “(한 후보가) 배지 한 번 달아보겠다고 대구니 어디니 눈치보다가 여기(북구갑) 나온 것 아니냐. 뽑아 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민식이 그래도 2번 국회의원 해봤고, 북구 사람이니 제일 잘 하지 않겠나”라며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10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뉴스1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10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뉴스1

“동훈이, 청와대 가서 일 시키야지”

한동훈 후보에게는 ‘큰 힘’을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법무부장관과 국민의힘 대표 등을 차례로 역임한 잠재적 대권 주자인 만큼 그 인지도에 주목하는 것이다. 강한 힘을 바탕으로 북구 성장을 견인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구포시장 국밥집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최모씨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자 “하얀 옷 입었어요~ 말 안 해도 알겠제?”라며 “청와대까지 끝까지 밀고 갈끼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 직원이 16명인데 분산되지 않고 한 사람을 뽑겠다”며 “재래시장도 살리고, 우리가 일만 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을 거다. (한 후보가 당선되면) 구포시장이 잘 알려지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제일검(檢)’이라는 별칭처럼, ‘정부·여당과 가장 잘 싸울 사람’이기 때문에 뽑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구포시장 상인인 40대 채모씨는 “딱 잘라 말해,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며 “민주당에게 해야 할 말 잘 하고 돈 뿌리며 민심을 사는 것과 범죄자들을 상대로 잘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YS 지지하던 그, 6월 3일 투표장에 가지 않는 이유

그러나 무엇보다 많이 만날 수 있었던 이들은 ‘정치 불신’에 가득한 주민들이었다. 범죄 전력이 있는 후보들이 선거에 출마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지난 18일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신청이 시작된 날인 만큼 ‘포퓰리즘’을 향한 우려도 많이 나왔다.

한 70대 남성 김씨는 YS를 지지하며 그의 이름이 적힌 선거운동복을 입고 적극적으로 지역 정치 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깨끗한 사람이 없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냉소적 반응을 내놨다.

만덕동 인근의 한 40대 여성은 “전재수 통일교 비리도 꼬롬하고, 한동훈도 꼬롬하다”며 “부산 경제를 나아지게 하는데 집중할 사람을 뽑고 싶은데 아직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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